황지은 (Hwang, Jie-Eun)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테크캡슐(TechCapsule)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교수, 세운캠퍼스 베타시티센터의 교장으로 재직하며 테크캡슐을 운영하고 있다. 현장 중심의 실천적 연구자로서 공간정보와 장소성, 디지털 조형과 구법, 디자인미디어와 인터페이스, 건축정보의 유통에 관한 연구와 작품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다. 현재 세운캠퍼스 일대를 기반으로 현장조사와 연구를 통해 교육과 세미나, 전시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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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운상가>로 오게 된 계기

    <세운상가>로 오게 된 계기는 2017년에 있었던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현장 프로젝트인 《생산도시》의 공동 크리에이터를 맡으면서 오게 되었어요. 그때까지만 해도 전시회를 준비하며 리서치를 하는 기분으로 왔었고, 누구나 지역에 대한 어떤 개인적인 인상들이 있잖아요. 그 정도의 관심을 가진 시민 중 한명이었는데, 제가 그 전부터 교과과정 밖에 있는 워크샵들을 많이 했어요. 세운상가 지역을 대상으로 한다거나 활동을 했었는데, 다시 돌이켜보면 그때 '생산도시’라는 말이 중요하게 느껴졌고, 그 주제였기 때문에 이 지역을 선택했던 것 같아요.

    <세운상가>를 비롯한 이 지역은 사실 많이 회자되었고 대상화 되어 온지 오래여서, 당연히 학자로서 공부해 볼 만한 일이라고 생각했고, 그때 뭔가 이 지역이 오랫동안 재정비촉진지구로 있으면서 '도시재생’이라는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을 때였어요.

    그리고 제 전공이 사실 도시 쪽과 연관이 있지만, 디지털테크놀로지나 인포메틱스 쪽에도 관심이 있어서, 로봇 패브리케이션이라든지, 실제로 이런 디지털테크놀로지가 이 지역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상상하면 너무 신이 났죠.

    우리가 잃고 있는 속성들, 지금 제작하는 문화가 다시 일어나고 있긴 하지만 학교에선 가르치지 못하는 것들, 이 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 이 환경 자체가 교육의 일부로 활용될 수 있었던 거죠.

    지금 여기 있는 부분이 세운재정비촉진지구라고 불리는 8개의 블록이고, 종로, 청계천, 을지로, 마른내길, 밑에 퇴계로까지 한 1㎞ 정도 연결되는 구간을 말하는데요, 여기 비어진 공간은 이미 철거된 부분이에요. 제가 이곳에 처음 왔을 때는 다 있었죠. 지금 이 두 블록은 작년 추석 때 완전 다 철거되었어요. 그래서 이 사태를 인지하고 나서부터는 여기를 기록해야겠다는 움직임이 굉장히 많아졌고요.

    그래서 지금 많은 주체들이 다양한 기록들을 하고 있어요.

    여기의 물건을 수집하는 분들도 있고, 인문사회적인 이야기를 수집하는 분들도 있고, 세움협업지원센터에서는 이 지역의 지도, 이곳을 점유하고 있는 상점들의 정보가 담긴 맵을 제작해서 그것이 유통될 수 있는 온라인 플랫폼 '세운맵’을 만들기도 했고요.

    지금 중요한 개념 중에 '디지털 트윈’하고 '메타버스’, 이런 얘기가 나오는데, 이 지역을 일단 똑같이 복제하는 것 자체가 물리적으로 굉장히 복잡하고 어렵고요, 측량하기가 굉장히 어려운 지역이에요. 그곳을 일단 물리적 환경을 그대로 복제하는 '디지털 트윈’을 작성해보자해서 연구팀을 만들었고, 마침 프로젝트 펀딩이 되어서 촬영도 하고, 측량도 하고, 그것들을 모아보는 플랫폼을 만들기로 했어요. 그리고 철거가 너무 빠르게 진행되니까 철거를 잠깐 멈춰놓고 들어가서 기록하는 일도 조금씩 했고요. 그 이유는 아직 이곳에 뭐가 있었는지 알지 못한 상태에서 없앤다는, 다시 돌이킬 수 없는 절박함이 좀 있었던 것 같고요. 저희가 급하게 무리를 해서 3D스캔으로 블록을 만들었는데 그게 한 한달 있다가 진짜로 없어졌고요. 결국은 가상현실이 되어버린 지역 중에 하나예요.

  • [에필로그]

    조사 팀에서 “우리가 어디를 조사하면 좋은가”, “왜 이 조사를 하는 가”, 이런 이야기들을 엄청 많이 하면서 조사 장소를 선정해가고 있어요. 아직은 얼마만큼 깊이 들어가서 조사할 것인지는 계속 논의 중이긴 합니다만, 이곳이 없어질 것이기 때문에 기록하는 것인지, 아니면 이 기록이 어떤 쓸모가 있을 것인지, 고민이 굉장히 많은 시점이에요.

    이런 것은 계속 갖고 있는 신념 같은 거예요, 적어도 여기 기록을 굉장히 집중해서 할 때.

    저희 학생들이 많이 참여를 했거든요. 되게 망설이는 결정이긴 했는데, 학생들이 하고 싶은지가 굉장히 중요했고. 그런데 오히려 학생들이 “이거 없어지기 전에 빨리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이런 말을 거꾸로 했을 때, 약간 ‘아, 이 일을 하게 되는 이유가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학생들이 기록하면서 보고, 겪으면서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가, 저는 이후의 우리 도시를 바꾸는 제일 중요한 힘이 될 것이라는, 제 나름의 어떤 마지막 보루 같은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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