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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건축의 현장>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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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를 영웅이나 예술가가 아닌 성실한 직업인의 모습으로 다가가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하는 생각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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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천문화재단에서 처음 이 영상 기획을 제안했을 때 어떻게 접근하셨는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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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동시대 건축의 현장’을 만들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어요. 그리고“혹시 여성 건축가만 하고 싶은데 괜찮은가” 이렇게 답변을 했어요. 안 된다고 할 줄 알았어요. (웃음) 다들 중요한 건축과 건축가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겠죠. 저는 이번에는 여성 건축가들을 대거 만나보고 싶었어요. 왜 그랬는지는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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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 이슈는 최근 문화 예술계에서 당연한 흐름이라고 생각하는데, 한편으로는 고민이 많으셨을 거 같아요. 저는 영화계에 계신 분이 건축계의 여성을 주목한다라는 게 흥미로웠거든요. ‘영화계에서의 여성 감독이나 배우에 대한 담론이 일어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었을까, 아니면 기존의 건축가들을 보시면서 다른 점을 찾고자 하는 어떤 키워드가 있었을까?’ 궁금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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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만들어낸 영화에 대한 저의 반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영화를 만든다는 건 어차피 영웅을 만드는 작업이기 때문에, ‘건축이 사람들에게 더 멀게 느껴지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일단 있었고요. 또 하나는 제가 <모던코리아> 작업을 하면서 느낀 한계 때문인 것 같아요. 전문적으로 일하는 여성의 사회적 이미지가 너무 없습니다. TV에서 봤던 건축가들의 기록물들이 다 남성들의 성공시대 같은 거였어요. 성공한 기업가, 혹은 예술가로 묘사가 되는 거죠. ‘동시대 건축의 현장은 넓고 다층적일 텐데 그동안 너무 일면만 보여진 거 같다. 그러니 이번 기회에 넓혀보자’는 것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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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서는 여성이라는 단어가 들어가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충분히 하고 있어서, 재단과 감독님이 잘 엮어낸 전략이 아닐까 싶었어요. 문제는 ‘과연 누구를 다룰 것인가?’였을텐데, 리스트 선정은 어떻게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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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운영위원 분들과 많은 의견을 나누었고 개인적으로는 『빌딩 롤모델즈』가 도움이 많이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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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에는 자신의 이름을 걸고 일하는 건축가를 보는 다양한 시점이 존재하는데요. 작업의 성격뿐만 아니라 건축가마다 각각의 포인트들을 잡아낸 감독님의 시각이 무엇이었는지, 어떤 관심으로 각 건축가들을 주목했는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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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분들에게도 전체 영상을 다 보시면 만족하실 거라고 설득을 했습니다. 모든 챕터들을 똑같은 패턴으로 반복하면 재미가 없을 테니 공공 건축, 주택, 오피스, 전시, 동네 건축, 디지털 도시 아카이브 등의 이야기가 넓게 펼쳐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연령대도 경험치도 다양하게 느껴지면 좋겠고요. 서로가 서로를 볼 수 있게요. 신작이나 대표작을 소개하고 촬영하는게 아니었죠. 수도권에 치우쳐 있는 것은 여전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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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의도에서 ‘작업의 현장이나 건축가들이 고민하는 층위를 들여다보겠다’고 하셨는데 이를 담기 위한 전략은 어떻게 세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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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대 건축의 현장이라고 하지만 누구의 눈으로 어떤 것을 끄집어내서 보느냐에 따라서 그 현장은 달리 보이겠죠.‘일하는 모습과 상황이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했고요. ‘건축이라는 일을 하기 위한 건축사무소가 있고, 그 건축사무소에서 일하는 사람들하고 맺는 관계, 결정을 끌어나가는 방법, 그런 것들도 잘 드러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대단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멋져 보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그런 모습들이 보여질 때 ‘일’로써의 건축 이야기가 보일 수 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일하는 모습이나 대표로서의 위치, 커뮤니케이션 하는 방법들을 잘 드러내고 싶었어요. 착공, 완공 같은 극적인 이벤트를 추구하지 않았어요. 매일 반복되는 일상에서 조금씩 결정을 해서 건축물이 완성되는 거잖아요? 완성된 형태가 아니라, 매일매일의 결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볼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그래서 부담이 없었어요.‘어느 날 촬영을 가도 거기서 포착되는 걸로 이야기는 충분히 만들 수 있다’라고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궁금한 건 건축사무소 홈페이지 가서 찾아보면 되는 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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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현장에 있는 건축가의 모습을 보는 게 굉장히 신선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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되게 신선하죠. 그게 최종 결정권자가 여성 건축가들이기 때문이에요. 스커트를 입고 현장을 누비시고요. 시공하는 분들이 잘못한 거 딱 찾아내시고. 현장의 고수들이죠, 단련된 카리스마, 신인들의 따뜻함, 냉정한 판단, 일하면서 느끼는 감동과 좌절. 이런 게 다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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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다큐멘터리 주인공들과 함께했던 현장과 다른 점은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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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건축가들과 대동했던 현장들은 머릿속에, 자기가 하나하나 다 알고 있는 현장이라는 게 굉장히 달랐던 점이에요. 오랫동안 같이 일했던 협력자들과의 커뮤니케이션 방식, 직원들과 일하는 방식, 이런 것들이 이전과는 많이 달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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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일하는 사람들, 전문가가 여기에 있구나’라는 장면들이 많아서 굉장히 좋았어요. 반면에 현장을 보여줄 수 없는 상황도 있으셨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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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사무소 근처에서 멀지 않은 현장이 있는 경우만 촬영을 했어요. 촬영 일정이 빠듯하기 때문에 원거리 현장은 촬영을 안 했어요. 답사를 했을 때는 ‘나중에 누군가와 같이 건축을 지나가다가 내가 설명한다면’ 정도로 가볍게 접근했어요. 전체 속에서 다양한 일의 영역도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크고 중요한 작업들도 많이 하신 건축가들인데 중요한 것들을 다 포착하지 못했다는 한계는 분명히 있어요. 그거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다 볼 수 있으니 괜찮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들이 작고 느슨하게 보여도 이분들의 내공은 다 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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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카메라가 익숙지 않은 분들이고 건축가마다 두 번의 촬영만 가능해서 자연스러운 장면을 얻을 시간적인 한계가 있었을 텐데요. 어떻게 건축가들을 카메라에 자연스럽게 담아낼 수 있었는지도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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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공간에서, 본인들이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영역에 카메라가 있으면 부자연스러워질 이유는 없는 것 같더라고요. 본인들이 일하는 방식, 그대로 일을 하고 저희는 약간 떨어져서 계속 찍는 거니까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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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현장과 사무실을 돌아보면서 감독님이 인상 깊었던 장면이나 에피소드는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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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건축사무소를 운영하고 어떤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 할까’가 궁금했어요. 결국 어떤 하나의 균일한 방식이 존재하지 않고 각자의 스타일들을 두루 볼 수 있었던 것이 되게 좋았어요. 정현아 소장님 같은 경우 한 프로젝트를 한 직원하고 완성하는 방식으로 일하시는 게 흥미로웠고, 이민아 소장님의 문화재 프로젝트 경험도 인상적이었고, 아이디알(IDR) 소장님 두 분의 티키타카도 즐거웠어요. 이태경 소장님 아버지와의 협업도 메이커로서의 측면을 잘 보여주는 거 같아서 재미있었어요. 사업의 길, 혹은 건축의 길이라는 것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가고 있지만 분명 서로가 서로를 볼 때 자신이 더 잘 보이는 경험도 있잖아요. 원하는 것에 다가가는 다양한 방법들을 서로가 느낄 수 있었으면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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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부분이 중요한 거 같아요. 사회, 혹은 건축계가 만든 전형적인 건축가의 모습이라는 게 있잖아요. 그와는 다른 접근 방법으로 보신 것이 중요한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감독님이 보는 오늘의 건축 현장은 어떤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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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자로서, 혹은 이웃으로서의 접근에 대해서 생각했던 것 같아요. “나의 이웃이 직업이 건축가야. 그런데 그 건축가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살고 있고, 어떤 생각들을 하는지 한 번 볼래? 보니까 ‘넘사벽’처럼 느껴지지 않고, 사실은 네가 건축을 충분히 맡길 수 있을 사람들이고 그렇게 부담스럽지 않을 거야”라는 느낌이 있었으면 했어요. 건축가들의 현장을 보면서 저 조차도 내가 어떻게 일하는지가 객관화가 되더라고요. 이분들이 품고 있는 질문들이 예사롭지가 않죠. 일을 하면서 다가올 수 실질적인 질문들이 다채롭게 담겨있기 때문에 보는 분들이 ‘누구나’의 일로 대입해 보아도 공감이 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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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나 건축이나 감독 혹은 건축가를 중심으로 수많은 협력자와 조력자들이 하나의 목표로 협업해 만들어 내는 과정이 비슷하다고 생각하는데요. 감독님이 느끼기에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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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의 과정과 조력자들과 일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분명 나에게도 영감을 주었어요. 영화나 건축뿐만이 아니라 세상 모든 일들이 다 그렇지 않나요? 우리는 협력과 조력과 돌봄의 부산물들이죠. 영화는 대중을 직접 만나는 미디어이고 건축은 건축주가 더 중요한 미디어라는 것이 큰 차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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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적으로 포착된 장면 중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현장에서 건축가들이 ‘와, 이거 좋다’라며 탄성을 지르는 부분이에요. “건축가가 도면으로만 인식하지, 실체를 보기 전까진 알 수 없다”라는 강예린 교수님의 말처럼, 건축의 미묘한 한계와 건축가의 안쓰러움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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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하는 불안감’이라고 강예린 소장님이 멋지게 표현 하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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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같은 이야기를 하세요. 벽체가 서면 “아이쿠야”하면서 자신의 실수를 발견하기도 하고, 혹은 자신이 구현했던 것 이상의 공간을 발견하기도 해요. 그런 순간이 담겨있어서 인상적이었어요. 한편으로, 저는 감독님이 영화에서 ‘영웅 만들기’를 못 견뎌 하시는 게 늘 즐거운 지점이거든요. 블랙 코미디 같은 빈틈을 포착하는 지점이 항상 있는데, 이번에는 어떠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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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머가 곳곳에 배치가 되어있죠. 아무한테도 별로 노출되지 않았던 순간들을 기록은 포착하죠, 보통은 영화건 드라마를 한번 보면 끝이죠. 그런데 저희는 편집하면서 끝없이 보니까요. 우리만 느낄 수 있는 예민한 순간들도 있어요. 관객들에게 보여주기 쉬우면 선택하는 거고. 어렵고 복잡하면 못 보여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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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인계에서 젠더 이슈가 일어난 배경에는, 디자인 분야의 학생 중 여성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지만, 경력이 올라가면 갈수록 오피니언 리더, 혹은 디자인계를 움직이는 사람 중에 여성의 비율이 낮다는 것에 대한 인식도 상당히 컸거든요. 건축 역시 일하는 여성 건축가는 굉장히 많은데 ‘빅피쉬’는 없는 거예요. 과연 그것이 개인의 문제일까, 시스템의 문제일까 의문을 던지게 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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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하면서 들었던 건축가의 이야기가 깊이 마음에 남아 있어요. “나도 한눈에 내 현장이 다 보이는 그런 거 말고, 어디선가 내가 모르는 영역들의 설계가 내가 모르는 사람들에 의해 막 이루어지고 있는, 한눈에 절대 보이지 않는 큰 프로젝트를 해보고 싶다”고… 이렇게 일을 잘하는 분들인데 곧 그런 기회들이 오겠죠. 영화 쪽에서는 이제 로맨틱코미디 같은 장르는 주로 여성감독들이 만들어요. 물론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아쉽죠. 왜냐면 정말 좋은 것이 나올 수 있는 다른 기회를 사회가 박탈하는 거니깐요. 그래서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이 일하는 모습을 사회에 조금 더 프레젠테이션 해야 한다’는 소신이 강해진 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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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로 활동하고 계신 분들에게 ‘여성이라서’겪는 차이를 물으면, 차이는 없다고 늘 말씀을 하세요. 정현아 소장님은 20년 동안 여성이라는 타이틀에 대해 질문을 받았다고, 이제 그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할 정도로요. 그러면 60대 이상의 여성 건축가는 어디에 있는가라는 질문이 남아요. 이미 건축과 학생 비율에서 여성이 50%를 넘은 지가 15년 됐을 거예요. 그 비율이라면 앞으로 그들이 성장할 수 있는 길들이 더 많아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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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모토가 일하다가 사라지지 말자입니다. ‘어떻게 일을 해나가야 하나, 오랫동안 일하면 뭐가 좋은 걸까’ 그 실체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이번에 작업하면서 김정임 소장님의 성장에 놀랐어요. 제가 <말하는 건축 시티:홀>을 촬영할 때 그분은 유걸 건축가님 사무소에서 일하고 계셨거든요. 건축사무소를 안정적으로 잘 이끌고 계시더라고요. 건축에 대한 생각이 충분히 단단하게 무르익은 후에 독립하신 게 느껴졌어요. ‘건축 일은 하되 사장은 최대한 천천히 늦게 하는 것도 방법이 되겠다’싶었습니다. 물론 다 각자의 방법으로 찾아가는 거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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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으로 돌아가서, 사실 라이프스타일과 건축을 떼어내서 생각할 수가 없어요. 이번 영상이 그걸 보여준다는 점이 인상적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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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프로젝트의 개성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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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감독님의 <고양이를 부탁해>가 지난해 20주년이 됐고 극영화를 계속 찍으시면서 한편에선 꾸준히 <말하는 건축가>, <시티:홀>, <아파트 생태계> 등 도시건축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계속 찍고 계시잖아요. 무엇이 감독님으로 하여금 도시건축이라는 주제에 관심을 불러일으켰는지, 또 앞으로 더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궁금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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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것은 ‘공간 투쟁의 역사’라고 생각해요. 어릴 때 엄마의 뱃속이라는 공간에서 세상으로 나와 내 방을 가지게 되고, 내 집을 가지게 되고, 이사를 가게 되고, 나의 삶의 터전이 파괴되는 것을 보게 되고… 삶은 공간을 얻기 위한 투쟁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사회에서 인정을 받고 명예를 얻고. 이런 것도 인간의 투쟁의 역사가 될 수 있겠지만, 공간에 대한 인간의 생각과 집착은 뗄 수 없는 것들입니다. 창작자로서 당연히 공간의 역사, 공간을 만드는 사람들, 공간에서 배제된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제가 공간을 다루고 공간과 관련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전혀 낯선 것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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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 있는 다른 주제도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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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의 소멸에 관심이 있어요. <고양이들의 아파트>라는 프로젝트를 가지고 도시의 소멸을지켜보았습니다. 다큐와 극영화를 병행하기가 어려워서, <고양이들의 아파트>까지 마무리를 하면 당분간 다시 픽션의 세계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현대극보다 사극에 관심을 가지고 있어요. 조선시대를 다루고 싶어요. 역사극을 좀더 역사극답게 상상하고 재현해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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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님이 보실 때 건축가라는 사람들에게서 ‘감탄하게 되는 지점’, 혹은 ‘정말 이상해, 굉장히 낯설어’, ‘이 시스템은 뭘까’하는 지점들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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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다룬 주인공들은 건축을 직업 이상의 신념을 가지고 매진하는 분들이라고 생각해요. 아틀리에 건축사무소를 운영하는 건 정말 힘든 일이잖아요. 그런데도 버티고 계시죠. 매일 매일 쏟아지는 일이 얼마나 지겨울까요? 사실 누구나 다 일을 하고 살아가지만 그렇다고 모두 존경의 대상이 될 필요는 없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은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소신을 가지고 어렵게 버티는 거야”라고 한다면 저는 존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그 소신은 무엇을 위한 거야?”라고 묻고 싶기는 하죠. 내가 ‘원하는 것’을 하겠다는 그 소신이 어디에서 왔을까요? 저 자신도 그걸 알고 싶어서 시작한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려운 직업을 선택했고 전문 직업인으로 버티는 것만으로도 존경 받아야 마땅하다는 생각을 점점 하게 되네요. 덕분에 저도 힘을 얻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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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가 전달하는 감동도 물론 있지만 영상이 포착해내는 순간들은 정말 ‘힘이 엄청나구나’라는 걸 여러 번 느껴요. 영상으로 기록하는 것들의 의미, 왜 전문영역의 기록작업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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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접근하느냐에 따라서 나를 조금 보여주기도 하고, 또 나를 최대한 보여주기도 하잖아요. 제가 건축 관련 프로젝트들을 오랫동안 해왔으니 건축가분들이 마음을 많이 열어 주셨죠. 짧은 촬영이었지만 많이 보여주셨다고 생각해요. 전문영역이 특정 성별만의 영역은 아니라는 것이 기록되고 증명되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기록되지 않으면 없었던 것이 되어 버리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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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의 모습을 충분히 보여주고 있으면서도 확실히 폼 잡는 영상이 아니잖아요? (웃음) 이 다큐멘터리가 공개되었을 때 보시는 분들에게도 “어떤 접근, 시선으로 보셨으면 좋겠다” 가이드를 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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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아녜스 바르다(Agnès Varda) 감독님이 있어요. 그 분이 자기 사는 동네 얘기를 다큐멘터리로 많이 만드시거든요. 이분이 영화를 만들어서 처음 공개할 때 비평가들의 시선이 아니라 영화에 출연한 이웃들이 영화를 어떻게 볼지를 제일 걱정해요. 이 영상을 건축계의 분들이나 건축계 이외의 분들이 “잘 몰랐던 나의 새로운 이웃을 어떻게 환대할까” 이런 느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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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처럼 신화화된 건축가의 모습이 지금 시장에서는 맞지 않는 것 같아요. 건축 시장이 너무나 다양해졌고, 시장에 대응하는 전략도 다양해진 상태인데요. 지금까진 한국 사회가 전문가의 능력을 제대로 인정해주지 못해서 신화를 쌓아야 했다면, 이제는 그것 없이도 건축을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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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을 하는 행위나, 건축물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즐겁고 재미있고, 직업으로서 미래를 기대하며 일할 수 있다’라는 것을 젊은 친구들이 알았으면 좋겠는데 어떨지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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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면서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었던 말씀이 있으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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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과 대표님과의 관계, 대표로서 회사를 운영하는 실질적 고민, 가족과 같이 일하는 동업의 스타일, 일하며 발생하는 갈등들, 이런 것들이 대단한 사건을 통해서가 아니라 일상의 틀 안에서 보입니다. 그래서 더 와닿을 수 있고요. 계속 움직이고 일하면서 대화하고, 그렇게 순간마다 원하는 것을 향해 조금씩 조금씩 다가가는 모습들로 보아주시면 좋겠습니다.
2001년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로 데뷔했다. 인천을 배경으로 스무 살 여성들의 우정과 성장을 다룬 <고양이를 부탁해>는 미국, 영국, 일본, 홍콩 등에서 개봉되었다. <여섯 개의 시선> <태풍태양> <나비잠>등의 극영화 작업을 지속하면서 논픽션 스토리텔링에 대한 관심으로 건축 다큐멘터리 3부작 <말하는 건축가> <말하는 건축 시티:홀> <아파트생태계>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제작했다. 도시환경과 공간을 만드는 주체, 공간의 경험과 기억, 도시의 역사 등을 다층적으로 아카이빙하여 영화, 전시 등의 형식으로 발표하고 있다.
- Staff
- 김형주, 박도솔, 서지민, 안현준, 박상은, 정희윤, 김나윤
건축과 도시를 기반으로 한 기획자이자 건축 저널리스트이다. <공간> 편집팀장을 거쳐 MARK, db 등 해외건축전문지에 한국 건축에 관한 글을 써왔다. 건축과 공공이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는 실천에 관심을 두고 서울의 대표적인 도시건축축제이자, 오픈하우스 월드와이드의 일원인 '오픈하우스서울'을 기획∙운영하고 있다.
<조병수>, 스위스 건축가 그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