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아 (hyuna Chung)
디아건축사사무소 (DIA Architecture)

2004년에 설립된 디아건축은 '관통하다', '중심부를 꿰뚫듯 가로지르다'의 의미(dialogue, diagram)를 지니고 있다.

디아건축은 도시적 맥락 속의 건축,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적응되는 건축을 흥미롭게 바라본다.


스크립트
  • [프롤로그]

    건물의 크기가 도시에서 어느 정도로 자리할 지는, 사실 저도 예측하는 크기가 있는 거지 실체가 아직 없는 것이잖아요. 한 단계 한 단계 나아갈 때마다 내가 상상했던 거랑 얼마나 다르고 내가 제자리에, 상상했던 위치에 있는 건지를 조금 가까이에서도 보고 멀리에서도 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죠.

  • <민주인권기념관>(Human Rights Memorial) (00:04)

    공모 준비하면서 울컥했었어요. 마음도 굉장히 무겁고. 사실은 그 무게감이 너무 커서 겁이 나더라고요. ‘치유하고 싶은 상징적 공간이 만들어지는 거기 때문에, 그 역할이 제대로 구현될 수 있을까?’ 그 의미가 좀 더 컸던 거 같고요. 그런데 그것들은 여전히, 건물 짓는 내내, 혹은 지어지고 나서도 저한테는 약간 검증의 시간이 필요할 거 같아요.

  • <민주인권기념관>(Human Rights Memorial) (01:51)

    <역사를 마주하는 낮은 시선>. 이 공간이 무거운 어떤 현장의 주인공이라면, 제가 제안하는 건물은 ‘그 주인공을 바라보는 어떤 프레임이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시선을 좀 더 낮게 하고 싶다’라는 생각으로 붙인 제목입니다.

    처음에 이 현상설계의 참여를 결정했을 때만 해도, 김수근 건축의 옆에 건물을 짓는다는 의미가 참여결정의 중요한 사실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현장에 와서는 건축가 김수근이 강하게 다가오기 보다는, 여기서 일어났었던 일들이나 그것들을 설명해주는 그 이외의 것들이 저한테 더 많이 다가왔어요.

    누군가는 좁은 방에서 고문의 피해를 당하고 있는데 바깥에선 테니스를 치며 스트레스를 푼다는 그 스토리가... 가해자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그래서 ‘테니스장을 보존해야 된다.’ 그런데 이 좁은 땅에 큰 테니스장을 보존하게 되면 사실 건물은 지을 수가 없는 상황이에요. 그래서 ‘건물의 지하화가 필요하다’라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전제처럼 깔려 있었던 부분이었어요.

  • <신사동 근린생활시설 2>(Shinsa Design Office 2) (09:17)

    강남블록에서의 재개발은 거대개발이 이루어지는 게 대부분인데 이곳에는 예전의 필지들이 좀 남아 있어요. 저는 이 골목길이 마음에 들어요. 오래된 블록의 느낌들이 건물에 배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약간 오래된 인상을 가진 재료들을 선택하고 싶었어요. 유리블록과 타일, 이런 것들의 작은 격자들이 만드는 것, 거기에 노출콘크리트가 베이스가 되는 것, 그런 것들을 생각했고요. 약간 건물이 발코니 같은 것들로 파이게 되면서, 강남의 안쪽 블록, 육중한 건물들 사이에서 약간의 그림자를 만드는, 표정의 건물을 만들고 싶었어요.

  • <논현동 앤샵>(Nonhyeon N#) (10:06)

    경사가 심하다보니까 층별로 땅이 만나는 면이 많아지는 것이 오히려 장점이었어요. 지하 1층과 2층, 그리고 지상 2층까지 접지면을 가질 수 있는 바닥구조가 되니까. 도시, 우리가 걸어 다니는 길이 건물 내부까지 연속되게 하려고 계단실을 도로 쪽으로 내밀고 약간의 틈새 같은 것으로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 <응봉교 방음터널>(Eungbong Sound Barrier) (11:18)

    ‘방음터널이라는 것이 서울시에 세워지는 것 자체가 도시의 미관상 과연 맞는 것인가’하는 개인적인 의문들도 같이 있었어요. 그리고 이것이 결국 도시적인 스케일로 이루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사람이 아니라 자동차를 상대해야 하는 것, 그래서 ‘그 스케일에 적합한 표현은 무엇일까’를 고민했죠.

  • [에필로그]

    ‘도시 속에서 건축이 어떻게 위치를 잡는 가’는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업 방식 중에 하나입니다. 제가 이렇게 건축설계를 할 때는, 시간적인 흐름에 의해서 이것이 어떻게 바뀔까를 예상하는 것까지 포함하고 있어요.

    그래서 저는 완공한 후에 지난 건물을 우연히 다시 가게 되는 일을 무척 좋아해요. 왜냐하면, 건물들이 어떻게 망가졌나, 건물들이 어떻게 변해서... 주변과 엮여서 역할을 하고 있나, 혹은 하지 못하고 있나, 등을 볼 수 있어서, 사실 그걸 좀 재미있어 해요. 그래서 제가 좋아하는 말년의 모습은 둘러보는 거죠. 여행을 하면서, 혼자.

촬영협조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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